“시리아와 이라크 재건설로 사우디아라비아 공급시장 부각되고 있어”

해외 한인사회에서 한인회와 더불어 민간 공공외교를 펼칠 수 있는 대표적 조직 중 하나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일 것이다. 주재국의 상황, 단체 성격에 따라 민간외교 활동방식도 다양화되고 있다. 해외 각지에서 활동하는 민주평통 조직은 ‘통일시대를 열어가는 국민운동의 중심체’라는 사명에 맞게 통일 공공외교 역량을 확대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 박형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우디아라비아 지회장.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통일강연과 워크숍을 개최하며 남은 5개월의 제17기 임기동안 자문위원들의 책임과 노력을 다하자고 결의했던 민주평통 사우디아라비아지회의 박형규 지회장은 서면 인터뷰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공연과 집회 자유가 없는 왕정국가임에도 각 지역별로 최선을 다해 관련행사를 수행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또, “지역별로 통일 웅변대회 및 통일 골든벨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15개국 7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중동협의회(협의회장 박정길) 소속인 사우디아라비아지회에는 현재 22명의 자문위원들이 3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15년 3월 백두한라예술단을 초청해 10일간 3개 도시를 순회하며 북한 인권사진전과 북한 전통무용 공연, 김영옥 단장의 북한실상을 알리는 강연 등을 통해 동포사회로부터 민주평통의 활동에 대한 관심과 긍정적 평가를 받은바 있다.

▲ 2015년 8월 11일, 주사우디아라비아대사관에서 열린 제17기 자문위원(리야드, 담맘분회) 위촉장 전수식.

박 지회장은 “사우디 현지 환경 및 지원상황을 고려한다면, 자문위원 자비로 수행하는 다양한 행사와 봉사활동은 높이 평가받아야 할 것”이라며, “우리 자문위원들은 열린 자세로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낮은 자세로 봉사하는 무보수 명예직”이라고 강조했다.

집회 및 공연 자유가 없는 왕정국가에서 한국문화를 알리고 평화통일의 당위성을 설득하는 민간외교를 어떻게 펼칠 수 있을까? 박 지회장은 “한국문화를 알리는 단체의 설립과 활동을 기대할 수 없지만, 아랍어 자막으로 제공되는 영화와 사극 등을 통해 한류 바람은 매우 뜨겁다”며 “한국에 대해 알기 원하고 스스로 한글을 배우는 젊은 층이 많아지고 있어 동부지역 한인회 한글학교에선 1년간 사우디 여성반을 운영해 지난해 12월 졸업생을 배출한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소 및 재정문제로 여성반은 현재 중단된 상태라고 한다.

그는 “한국문화와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는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한인회와 상호 협력해 지원할 예정”이라며, “특히, 민주평통 사우디지회는 현지 주류사회 인사들과의 교류를 통해 한반도 통일의 당위성과 필연성을 알리고 지지받는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민주평통 중동협의회 사우디아라비아지회가 지난해 4월9일 개최한 ‘2016년 사우디 담맘 통일골든벨’ 행사.

지난 1962년 한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사우디는 ‘멀지만 매우 가까운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살만 국왕은 대통령 순방 때 대한민국을 라피끄(Rafik, 먼 사막 길을 함께 할 동반자)라고 표현하며, 신뢰할 수 있는 협력 파트너라고 인정했다. 박 지회장은 “사우디는 한국의 행정, 서비스업, 제조업, 방위산업 등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올 2월 정부 차원의 실무단을 구성해 분야별로 Action Program을 시행해 나갈 계획이 있는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박형규 지회장은 1986년 SIKA라는 스위스 회사의 세일즈 엔지니어로 직장을 옮기면서 가족들과 함께 사우디에 정착하게 됐다. 10년간은 중동과 아시아 국가들을 오가면서 포스코와 창원특수강(현 포스코 특수강)에 원자재 납품을 한 경험이 있고, 2005년부터는 현재의 건설회사를 경영해오고 있다. 현재 ARAMCO, SABIC, MAADEN 등 주요 국영회사의 건설 및 자재 남품업체로 등록했고, AVA라는 클레임 전문 컨설팅업체와 파트너십으로 활동하고 있다.

▲ 지난 1월21일 주사우디아라비아대사관에서 열린 2017 통일 강연회 및 워크숍.

중동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해 온 그는 현지에 진출하고자 하는 한국기업들을 향해 “중소 제조업과 건설업체는 현지에 진출해 오랜 세월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름대로 성공한 기업과 개인들의 정보를 공유하는 걸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과 중국기업들은 업체간 상호보완과 협조가 잘 되지만 한국기업들은 그렇지 못하다고도 꼬집었다. 이러한 기업문화가 지속되면 시장의 주도권을 뺏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사우디에서 유망한 업종으로, 건설자재 및 생활용품 제조업을 추천했다. 시리아와 이라크 시장이 재건설될 때, 사우디가 공급 중심시장으로 떠오를 수 있기에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박 지회장은 “국내외 어려운 난국에서도 동포들이 맡은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특히, 차세대 교육은 미래를 담보하는 중요한 문제”라고 역설했다. 70년대 대한민국이 어려웠던 시절, 사우디 진출은 한국경제를 일으키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는 “해외에서 땀 흘려 일하는 재외국민들의 자녀 교육에는 무관심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을 만큼 인색한 교육 당국의 정책과 기업들의 한인사회 발전 기여도는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지회장은 “학교가 없는 사우디 동부지역에서 주말 한글학교가 자녀들은 물론 현지인들의 한글교육에도 힘쓸 수 있도록 정부기관과 진출기업의 많은 관심과 지원을 당부 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