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외교부에 ‘위기상황실’ 신설… ‘영사 매뉴얼’ 제작
주SF총영사 시절 가장 큰 보람, ‘한국전 참전기념비’ 건립

▲ 한동만 외교부 재외동포영사대사.

한동만 재외동포영사대사는 “새해 2017년에도 재외국민보호와 재외동포들의 권익신장, 영사서비스 개선 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우리 재외동포들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기에 모국과의 상생, 거주국에서의 정치력 신장, 특히 차세대 육성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주샌프란시스코총영사에서 외교부 재외동포영사대사로 부임한 한동만 대사에 따르면, 재외동포영사대사의 업무는 △재외국민보호 △영사서비스 개선 △재외동포 권익증진 등 크게 세 가지다. 특히, 대한민국 헌법 제2조 2항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는 국가의 의무를 최일선에서 수행해야 하는 직책이 바로 재외동포영사대사이다.

해외여행객들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재외국민 사건사고는 지난 5년간 86%증가했다. 특히, 지난 1월 우리 재외국민이 멕시코 현지 검찰의 강압적인 수사로 수감된 사건은 재외국민보호에 있어 ‘영사조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보여준 사례였다. 이 사건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현지를 직접 다녀온 한 대사는 “초기대응 미숙과 주재국 형사소송법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기인했다”며, “앞으로 이를 예방하고자 영사교육을 3배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2월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동만 대사는 “오늘(14일) 열린 외교부 정책자문위원회 회의에서 재외국민보호를 위한 시뮬레이션 훈련 등의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고 말하며, 내년도에는 재외국민보호 정책을 한층 강화하기 위해 △위기상황실 설치(상설) △로밍SMS 서비스 전지역 확대 △관계부처 합동훈련 강화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외교부는 지난 8월 휴가철 해외여행 성수기를 맞이해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내에서 ‘해외안전여행 캠페인’을 진행했다. 사진은 한동만 대사가 인천공항에서 여행객들에게 안전여행 키트를 배포하고 있는 모습.[사진=외교부]

지난 10월25일부터 3일간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3차 세계영사 고위급회의(GCF III, Third Senior Level Meeting of the Global Consular Forum)의 후속조치로 정부는 사이버상에서의 국제 영사협력 강화를 위해 ‘GCF 사이버 사무국’을 설치하기로 했다. 한 대사는 “영사 서비스 개선을 위해 ‘영사 매뉴얼’도 처음으로 제작키로 했다”며, “사증면제, 워킹홀리데이 협정의 점진적 확대뿐만 아니라 공인인증서 발급 재외공관 확대 등의 ‘영사업무 전자화 서비스’도 지속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또, 재외동포 권익신장과 관련해서는 2017년 고려인 정주 80주년을 맞이해 무국적 고려인 체류자격 개선지원, 국내초청 직업연수, CIS 한국어교사 초청연수 확대 등 러시아·CIS지역에 거주하는 고려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들을 좀 더 다각화하고 그 지원 규모도 확대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동만 대사가 영사업무 담당자들에게 줄기차게 강조해오고 있다는 ‘영사 수칙’은 재외공관의 가장 큰 업무가 재외국민보호와 재외동포 권익증진이라는 것을 역설하는 듯하다. 이날 인터뷰에서 나온 ‘키워드(금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소화제= 한인사회와의 ‘소통’과 ‘화합’이 ‘제일’이다.
·우문현답= 재외국민 사건사고는 ‘현장’에 가야 답이 있다.
·역지사지= 언제나 ‘재외동포의 입장에서’ 생각하라.
·적자생존= 재외동포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시로 기록하라(적자).

▲ 주샌프란시스코총영사를 역임한 한동만 재외동포영사대사는 한인사회와의 관계에서 ‘소화제’ 즉 ‘소통과 화합이 제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동포관련 행사에서 건배사를 할 때 항시 ‘소화제’를 애용한다. 한 대사는 영사 서비스의 기본은 소통이라는 차원에서 주샌프란시스코총영사 재임 시절, 단체 카톡방을 만들어 70여개가 넘는 직능단체장과 수시로 연락했다. 각 단체장에게 문자를 보내면 단체장들은 그 내용을 소속 회원 및 지역한인들에게 전달하는 시스템으로, 이를 활용한 모의훈련도 진행했다.

한 대사는 “공관 근무자들에게 필요한 건 더 이상 ‘팔로우 미 리더십(Follow Me Leadership)’이 아니라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라고 생각한다”며, “섬기고 찾아가는 영사 서비스를 캐치 플레이로 내걸고 있다”고 밝혔다. 한 대사가 주샌프란시스코총영사로 근무하면서 직원들의 친절도 및 책임감을 높이기 위해 실시한 ‘명찰 달기’도 그 일환이었다.

그는 주샌프란시스코총영사로서 ‘전문가와 함께 하는 순회영사 서비스’를 기획했다. 변호사, 회계사, 한의사, 약·의사, 교육자 등의 분야별 전문가들을 1일 명예영사로 위촉해 지역 한인들에게 무료상담을 제공토록 했다. 이 서비스는 2014년 외교부가 175개 전 재외공관을 대상으로 창의성, 개혁성, 효과성, 구성원 참여도 등을 고려해 실시한 ‘행정개선 우수사례’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예산을 거의 쓰지 않고도 공관장의 역량과 아이디어에 의해 얼마든지 수준 높은 영사 서비스를 마련할 수 있음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2013년 7월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의 착륙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고수습 대책본부를 설치하고, 현장에 담당영사를 즉시 파견함으로써 ‘우문현답’의 수칙을 실천했다. 재외동포영사대사로 부임하기 직전 마련한 ‘참전용사 평화의 사도 메달 전달식’에 참석한 조앤 헤이즈 화이트(Joanne Hayes-White) 소방청장은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사고 때 유관기관과 한동만 총영사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사고 대책수립과 대처에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총영사관의 이 경험은 지난 6월, 해외 대형재난발생시 전세기를 신속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외교부와 금호아시아나그룹 간의 업무협력 약정’으로까지 이어졌다.

한 대사는 3년간 주샌프란시스코총영사로 근무하며 가장 큰 보람으로 샌프란시스코 프레시디오(Presidio) 공원에 ‘한국전 참전기념비’를 현지인들과 한인들, 그리고 국가보훈처가 힘을 합쳐 건립한 것을 꼽았다. 건립비용으로 총 300만불이 소요됐는데, 모두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일을 직접 발로 뛰며 모금을 받아 결국 성사시켰다. 그는 “참전기념비는 우리 차세대들을 위한 역사교육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며, “한미관계 강화 차원에서 한국전 참전용사들에게 평화의 사도 메달 4,000여개를 수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 2015년 7월11일, 샌프란시스코 프레시디오 파크 한국전 참전기념비 착공식에서 한동만 당시 총영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 참전기념비(Korean War Memorial) 제막식은 지난 8월1일 개최됐다.[사진=주샌프란시스코총영사관]

그가 재외동포영사대사로 부임한지 이틀 만에 일본 구마모토에서 지진이 일어나 신속대응팀을 현지에 급파했다. 또, 연초부터 지속된 북한과의 긴장으로 북·중 접경지역에선 크고 작은 사건들이 발생했을 뿐만 아니라 브라질 리우 올림픽 기간에는 ‘임시영사사무소’도 운영했다. 이외에도 필리핀에서의 교민 살해사건, 호주에서 워홀러들을 상대로 한 폭행사건, 일본에서의 헤이트스피치, 아프리카·중동 등 위험지역에서 활동하는 선교사들의 안전문제, 세계 각지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테러 등 재외국민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모든 언론은 한 대사를 주목한다.

한 대사는 “외교부는 해외 파송 선교사 안전 강화를 위해 선교단체와 업무협력약정을 맺었고, 여행사 대표들과도 간담회도 갖고 있다”며, “하지만 정작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사이트와 앱이 있는 걸 모르는 여행객이 아직도 많이 계신 것 같다. 지역마다 자주 발생하는 사건사고 유형이 각각 다르기에 미리 해당 지역 공관 홈페이지와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 등을 통해 주의사항을 숙지하고 공관 비상연락망도 확인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 한동만 재외동포영사대사는 우리 국민들이 해외여행 시 외교부의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www.0404.go.kr)를 통해 국가별 여행정보를 꼭 확인해줄 것을 당부했다. 특히, 여행경보제도는 국가별 안전수준을 고려해 지정하며, 해외여행을 하는 우리 국민에게 안전 행동요령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