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문학’을 주제로 한 제16회 아시아포럼(이사장 김호진)이 11월28일 아침 7시부터 9시까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에메랄드룸에서 열렸다. 김인환 고려대 명예교수 등 강사 3명의 강연으로 진행된 이 포럼에는 포럼 이사장인 김호진 전 노동부장관과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 황석희 전 평화은행장, 조동재 (사)한중투자교역협회장 등 7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인간과 문학’을 주제로 키노트 스피치를 한 김인환 고려대 명예교수는 데카르트와 아노르도를 넘나들며 ‘철저한 의심’ ‘감정과 상상의 자발성’ ‘사랑과 구원’ 등의 개념을 소개했다. 그는 아도르노의 ‘수필론’을 인용해 “수필가는 실험하면서 글을 쓰는 사람, 대상을 조사하고 물어보고 모색하고 시험하고 순간ㅅ마다 철저하게 반성하는 사람, 다각도에서 대상에 몰두하며 자기가 본 것을 마음의 눈에 집중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면서 강연을 마쳤다.

▲ 김호진 아시아포럼 이사장.

이어 강단에 오른 김유조 건국대 명예교수(전 부총장 역임, 영어영문학)은 ‘세계 문학의 현장-미국편’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미국 서점의 부침을 통한 ‘문학의 위기’를 조명했다. 그는 미국의 통계를 인용하면서 전통문학이과거의 자리를 영상문학에 내주고 있다면서 팝 가수로 싱어송라이터인 밥 딜런이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도 문학의 변화를 나타낸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강연자는 정소성 단국대 명예교수(불문학). 소설가이기도 한 정교수는 ‘인간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강연하면서 특히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일본에서 큰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과 초대 주한 프랑스대사였던 로제 샹바르의 해인사 사랑을 인상깊게 소개했다. 신라 고승들인 자장, 의상대사가 절을 짓는 동안 원효대사는 절을 세우지 않고 저술에 몰두했다면서 그가 지은 200여권의 책 가운데 일본에서 보물이 돼 있는 것도 많다고 소개했던 것.

또 정교수는 초대 주한프랑스대사인 로제 샹바르 대사는 한국에 심취한 나머지 임기를 연장해 12년을 한국에서 대사로 지냈고, 임종때도 ‘유해를 한국의 해인사에 뿌려달라’고 유언해 실제로 뼈를 해인사로 옮겨와 뿌렸을 정도로 특히 팔만대장경에 감탄했던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

이어 참가자들의 발언이 뒤따르고 김호진 이사장의 요청으로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연단에 올라 발언을 했다. 그는 "어머니(육영수 여사)가 생전에 문인들과 어울렸으며, ‘청와대의 야당’을 했다"고 소개하면서 "아버지(박정희 대통령)도 아시아가 새로운 문화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아래 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을 만들었으며, 한민족역사문화관도 만들고자 했으나 이것은 성사되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MB정부 시절 동반성장을 위해 공익재단인 미소금융재단을 만들 때도 재벌기업들이 출연했다"면서, 미르나 K스포츠 등 공익재단에 재벌들이 출연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소개하고, 문화교류가 수출진흥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미르나 K스포츠재단을 만드는 것은 잘못된 발상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는 "어머니는 육영재단 설립자이면서도 이사장은 하지 않았다"면서 “때가 때인만큼 불쌍한 형님(박근혜)을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는 또 “형님이 가족을 멀리한 게 나 같은 사람 때문이었을 것”이라면서 “형님은 액팅퍼스트레이디를 할 때도 새마음운동 같은 정신적인 문화의 발전에 관심을 가졌다”고 덧붙였다.

▲ 안혜숙 문학의식 발행인.

조찬을 겸한 이날 포럼을 마치고는 김호진 (사)아시아포럼 이사장과 조동재 포럼 고문 등 일부 참여자들은 인근 커피샵으로 자리를 옮겨 여담을 나눴다.

이번 행사에는 문학동호인지인 계간지 ‘문학의식’(발행인 안혜숙)이 공동주최로 참여했다. 시인이면서 소설가이기도 한 안혜숙 발행인은 자작시 낭독으로 인사말을 대신해 박수를 받았다.

“산그늘 베고 누운 너럭바위 기대앉아/ 지는 해 묶어놓고 다리품 쉬는 저녁/갈맷빛 하늘 반쪽이 산마루에 걸린다…./한방물 체액까지 다 태우며 달려온 길/예서 뚝 멈출 수야, 고쳐 매는 이 신발끈/ 태백성 횃불이 뜬다 강여울목 비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