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젊은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해외로 진출하려면 그 나라의 문화와 정서를 알아야 합니다.”

▲ 현봉철 전 쿠웨이트한인회장.

현봉철 전 쿠웨이트한인회장이 쿠웨이트로 간 때는 1997년이었다. 1980년대 초반 현대건설 직원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 지냈다가 사우디에서 건설자재 무역업을 했던 그였다. 같은 중동이지만 사우디는 세계에서 13번째로 큰 나라이고, 쿠웨이트는 우리나라의 1/5밖에 안 되는 작은 나라다. 한국인들은 똑같은 중동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두 나라는 문화적으로 다르다고 그는 말했다.

“겉으로 보면 쿠웨이트는 왕족 국가이지만, 실제로는 사회주의 국가와 다름없어요.” 일례를 들면 아무리 높은 장관이 지시를 내리더라도 실무 담당자가 거절을 하면 사업이 진척되지 않는 나라가 쿠웨이트라는 것이다. 실무 담당자들의 권한이 그만큼 크다. 쿠웨이트의 사회주의적인 성향은 중국과 북한의 우방이라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최근 UN이 북한을 제재하는 바람에 북한 노동자 수가 2,000명 이하로 줄었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4,500여명의 북한 노동자가 쿠웨이트에 있었다.

“쿠웨이트에서 비즈니스를 할 때 신뢰가 생명입니다. 정직이 매우 중요합니다.” 쿠웨이트는 사우디와 이라크 두 큰 나라 사이에 낀 작은 국가이다. 그래서인지 쿠웨이트 사람들은 남을 쉽게 믿지 않고 의심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현지인들과 친해지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 하지만 한 번 신뢰를 하면 오랜 기간 좋은 비즈니스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것. 9월8일 현봉철 전 쿠웨이트한인회장과 전화인터뷰를 했다.

현 전 회장은 오는 27일부터 3박4일간 제주도에서 열리는 세계한상대회와 10월에 열리는 민주평통 해외지역회의에 참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 전 회장은 쿠웨이트를 대표하는 한상(韓商) 중 한명. 2000년대 초반 쿠웨이트한인회장으로 일했고, 사우디 젯다한인회장으로도 봉사했다.

한인회장 시절 한국 중소기업들이 중동에 진출할 수 있도록 우리정부 대신 발품을 팔고 다녔다는 그는 사우디에서 알 샤리프 트레이딩(Al sharif tradlng & Contractlng group Co)이라는 회사를 운영했다고 했다. 알 샤리프는 사우디 왕족이 운영하는 회사이다. 이 왕족이 자본을 대고 현 전 회장이 여러 현장에 자재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동업을 해 회사를 키웠다.

건설업으로 뛰어든 그는 쿠웨이트에서 알리 알가님(Ali Alghanim & Sons Group)이라는 회사와 파트너 십을 갖고 있다. 쿠웨이트도 다른 중동처럼 외국인이 홀로 비즈니스를 할 수 없고 현지 파트너가 있어야 한다. 알리 알가님은 쿠웨이트상공회의소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큰 회사다. 4,000명 이상의 직원이 있는 알리 알가님은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하고 있는데, 현 전 회장이 오랜 기간 이 회사의 플랜트 건설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쿠웨이트에서 한국인의 이미지는 아주 좋습니다. 한국인이 대접 받고 있지요.” 우리나라 기업들이 250~300억달러 프로젝트를 쿠웨이트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최근 인도와 중국이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며 쿠웨이트 시장에 무섭게 진출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가 의료, 환경 등 특화되고 기술력이 동반되는 분야로 중동에 투자를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