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한국인회(회장 김정열)가 3년째 지역 청소년들과 중국 동북3성 역사탐방을 했다. 2014년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 대련 뤼순감옥을, 2015년 북한과 맞닿아 있는 단동을 방문했던 한국인회는 올해 병자호란의 아픔이 서린 심양을 찾았다. 본지는 참가학생들의 기행문을 모아 시리즈로 연재할 계획이다.[편집자주]

오늘은 역사탐방을 떠나는 날이다. 갈 길이 멀어 새벽부터 집을 나섰다. 동생과 엄마와 함께 한 여행이었다. 며칠 전 영구한인회가 나에게 광해군과 의병활동이란 주제의 과제를 내주었다. 잘 모르는 내용이었지만 인터넷을 뒤져 광해군과 의병활동에 대한 정보를 모았고, 한인회 홍찬수 부회장님과 함께 공부하며 발표 자료를 정리했다.

광해군은 어려서 어머니를 여의었고 임진왜란 중에 세자에 책봉됐다. 광해군은 임진왜란 당시 분조를 이끌며 의병을 독려했다. 그는 왕위에 올라 일본 명나라 후금 사이에 중립외교를 펼쳤고 대동법을 시행하고 화기도감을 설치하는 등 많은 업적을 남겼다. 이번 역사탐방을 통해 폭군으로 알려졌던 광해군에 대하여 많은 것을 공부하게 됐다.

우리는 이동 중 각자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과제를 발표하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 무료로 역사탐방을 할 수 있도록 해 준 영구한인회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한국 사람들이 이곳을 답사하려면 비행기를 타야하고 비용도 꽤 들 것인데, 중국에 거주하고 있어 이 같은 역사탐방을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첫 답사 장소는 삼학사 비가 놓인 발해대학이었다. 일반인은 출입금지라고 했지만, 우리는 다행히 들어가서 관람할 수 있었다. 우리 민족의 위대한 문화의 유산이 내 눈앞에 있다는 것에 심장이 뛰었다.

삼학사의 충성심을 본받아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느꼈다. 사실 삼학사 비를 관람하는 데 걸린 시간이 너무 짧았다. 삼학사 비는 최근 복원한 것이고 전시관에는 천태종 홍타이지(皇太極)가 세웠던 비가 두 동강이 난 상태로 유리관에 보관돼 있었다. 벽에는 병자호란과 삼학사에 관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었다.

모두들 남는 것은 사진뿐이라면서 사진만 찍고 바로 다른 곳으로 이동한 점은 아쉬웠다. 솔직히 남는 것은 머릿속에 역사적 지식이지 남들한테 보여줄 사진이 아닌데 말이다.

그 다음 심양 고궁으로 갔다. 심양 고궁은 청나라 만주족 양식으로 한족 양식 건물과 다른 점이 많았다. 옛날 소현세자와 강빈, 봉림대군도 이곳에 왔었겠지? 휘황찬란하게 빛이 나는 아름다운 궁궐이지만 우리나라의 한과 치욕이 너무 많이 남아있다. 아름다운 궁궐이 역사적으로도 아름다웠다면 지금 한중관계도 더욱 아름답지 않을까?

점심밥을 먹고 심양한중문화원으로 갔다. 심양이란 대도시에 있어서 그런지 시설이 굉장히 좋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영구시 빠위첸에도 언젠가 이런 곳이 생기겠지? 한중문화원에는 안중근 의사 전시관이 있었다. 안중근 의사의 관해 정말로 자세히 설명을 들었다. 안중근 의사의 가족사, 의병활동 기록 등을 통해 안중근 의사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

전시관 끝에 안중근 의사의 명언이 보였다. 안중근 의사는 여순 감옥에서 청초당(靑草塘)이라는 유묵을 남겼다. “일본이 아무리 억압하고 탄압해도 우리민족은 항상 푸른 풀처럼 말라 죽지 않고 살아난다”는 뜻이다.

이곳 한중문화원에서 또다시 발표회를 가졌다. 부모님들과 영사님, 심양한인회장님 앞에 서니 어깨가 무거웠다. 문화원에서 김창남 영사와 내빈들을 모시고 기념사진을 찍고 다음 답사지인 북릉 홍타이지의 묘로 갔다. 청나라 역사에서 굉장히 위대한 황제이다 보니 묘 역시 굉장히 컸다. 홍타이지의 묘에는 풀이 자라나니 않는다. 무덤 위엔 나무 두 그루가 꼿꼿이 있다.

누군가 홍타이지의 묘에 침을 뱉자는 말을 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을 힘들게 한건 사실이지만 한 나라 역사의 영웅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했다.

나폴레옹도 프랑스에선 굉장히 위대한 장군이자 황제이지만 프랑스 주변국의 관점에선 자신의 나라를 점령한 극악무도한 침략자일 뿐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하지만, 역사를 배우기 위해서는 우리는 완벽히 중립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립이 되지 않으면 역사의 왜곡이 일어난다.

정확하고 왜곡되지 않은 역사를 배우려면 여러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우리 청소년들은 왜곡되지 않은 우리나라 고유의, 위대한 역사 지식을 배우고 그 역사로 미래를 만드는 데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