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열린 ‘제14회 재외한국어교육자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한 조민상 밀라노대학교(Università degli Studi di Milano) 교수는 지난 2009년도부터 외국어학부(Dipartimento di Scienze della Mediazione Linguistica e di Studi Interculturali)에서 1년 과정의 한국어 교양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보통 50~60명의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는데, 비록 교양과목이지만 9학점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에 수업에 임하는 학생들의 자세도 남다르다고 한다.

그는 한국외대에서 이탈리아어를 전공했고, 1986년도부터 이탈리아의 명문 밀라노가톨릭대학교에서 고대 로마 및 그리스 역사를 공부했다. 조 교수는 “유학시절, 중국, 일본, 북한 등은 알아도 대한민국을 전혀 모르는 현지인들의 반응에 충격을 받았다”며 “이후 사재를 털어 ‘한이(韓伊)문화연구원’을 설립해 문화교류 사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문화연구원은 한국어와 이탈리어로 잡지도 발행했는데, 한국어로 이탈리아 문화를, 이탈리아어로 한국문화를 소개했다.

▲ 조민상 밀라노대학 교수는 해외 한국어교육을 지원하는 국내 기관들이 현지 교육환경을 직접 조사함으로써 보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지원정책을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왕성한 문화교류활동 덕분인지 현지 대학에서 그를 교수로 초빙했고, 재정난 등으로 운영이 힘들었던 문화연구원을 2010년도에 접고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했다. 조 교수는 대학에서 한국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한국문화도 가르치기 위해 한국의 전통의상, 음식뿐만 아니라 태권도, 침, 사주팔자 등을 직접 배우는 열정을 발휘해 왔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한국어를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교재가 매우 부실하고, 이탈리아로 한국어를 교육할 수 있는 사람도 거의 없다”고 하소연 했다. 한국어로 된 이탈리아어 문법책을 펴내기도 했던 그는 현재 이탈리아어로 한국어를 공부할 수 있는 문법책도 집필중이라고 한다.

조 교수는 베니스대학이나 로마대학에서 한국어가 정규과목으로 채택된 반면에 밀라노는 그렇지 못한 현실도 지적했다. 또, 로마는 ‘유럽의 변방’이고, 한국어는 ‘외교언어’가 될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어는 문화적 가치가 있는 언어”라며 “밀라노는 이탈리아의 경제·문화 중심지일 뿐만 아니라 런던, 파리와 더불어 EU의 3대 축”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한국기업들이 대거 몰려 있는 밀라노야말로 산학(産學)연계를 통해 현지 젊은이들이 한국어를 공부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갖춘 지역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관련기관에서 해외 한국어교육을 지원할 때 서류상으로만 행정업무를 처리하지 말고 현지에 와서 직접 조사할 것을 주문했다. 밀라노대학 외국어학과 중 가장 규모가 큰 중국어학과에 450여명의 학생들이 수강을 하는데, 다른 지역에서 이보다 큰 규모의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는 서류보고는 하자가 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한국어교육 관계자들이 현지 한국어교육 환경을 정확히 파악한 연후, 관련 지원을 추진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