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1966년 9월, 40명의 한국선원들을 태운 250톤급 원양어선 제1태평양호가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의 가장 큰 섬 테네리페 산타크루스항에 최초로 입항했다. 이후 수많은 선원들은 대서양 어장을 개척함으로써 약 9억 달러의 외화를 획득하는 등 한국 경제성장에 이바지했다. 최근 카나리아 제도의 최대 도시 ‘라스팔마스’에서 ‘한인 카나리아 진출 50주년 기념, 기타리스트 함춘호 초청공연’이 열렸다.

현지 주요인사와 한인사회 원로 등 200여명이 참석한 이날 공연을 주최한 주라스팔마스분관의 오동일 분관장은 “지금과 달리 제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했던 60년대에 원양어업은 외화를 벌어들이는 주요 수단의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한국원양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카나리아 진출 첫해 1966년, 대서양 선단 8척이 벌어들인 수출액은 252만 달러로 당시 한국 전체 수출액의 1%를 차지했다.

▲ 지난해 11월1일 산라사로(San Lazaro) 묘역에 납골 안장된 우리 선원 유해 4기 이장행사가 오동일 분관장(첫줄 가운데), 박인구 해양수산관, 해양수산부 ‘해외 어선원 유해 국내이장단’(단장 여상엽 사무관), 이충구 라스팔마스한인회장 등을 비롯한 동포사회 관계자 및 지역 언론사가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사진제공=주라스팔마스분관]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오 분관장은 “이후 20년간 카나리아 제도에서 벌어들인 외화가 8억 7,000만 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파독광부와 간호사 2만여 명이 15년 동안 고국에 송금한 액수와 유사한 수준으로 한국경제발전사 관점에서 카나리아 제도의 중요성을 되짚어 볼 수 있는 대목”이라며, “대서양 해역에서 조업중 사고로 백수십 분의 한인선원들이 카나리아에 묻혀 있고, 이에 못지않은 수의 실종선원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스팔마스와 테네리페 두 곳에 한인 선원 묘지가 마련돼 있고 별도의 ‘한국광장’도 각각 조성돼 있다. 특히, 1996년 신현승 전 테네리페한인회장이 사비를 털어 테네리페 항만청 입구에 한국선원 위령탑을 세웠고, 지난해 그 주변을 한국광장으로 명명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라스팔마스분관은 한인진출 50주년 사업으로 함춘호 초청 공연 외에도 △한-카나리아 경제협력 포럼 및 리셉션(9.23) △대전시립무용단 방문공연(9.24) △KBS특별공연(10.22) △카나리아 한인진출 50주년사 발간 등을 계획하고 있다.

▲ 한인 카나리아 진출 50주년을 기념해 기타리스트 함춘호 초청공연을 지난 7월14일 가비네테 리테라리오(Gabinete Literario) 문화회관에서 개최했다. 오동일 분관장은 이번 공연을 계기로 상호간의 이해의 폭을 넓히고 우호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사진제공=주라스팔마스분관]

오 분관장에 따르면, EU의 최남단이자 유럽에서 ‘상춘의 관광지’로 알려져 있고 7개 섬으로 이뤄져 있는 카니라아 제도에서 생활하고 있는 우리 재외국민은 영주권자, 일반체류자, 유학생 등 515명이며, 시민권자는 258명으로 총 재외동포 수는 773명 수준이다. 교민들이 종사하는 주요업종으로는 수산업 및 관련분야, 무역, 상업, 요식업, 미용업, 침술원 등이며, 주요 한인단체로 라스팔마스한인회(회장 이횡권), 테네리페한인회(회장 홍병표), 란사로테한인회(회장 이동근), 라스팔마스한글학교(1976년 개교), 라스팔마스어머니회(1979년 설립) 등을 비롯해 각종 종교단체와 동호회 등이 활동하고 있다.

라스팔마스분관은 70년대 후반만 해도 총영사관이었다. 이 때 원양어선이 250척, 선원이 8,000여명에 달했고, 한인 수는 1만1,000여명이 넘었다고 한다. 하지만 IMF위기 후 여러 국가의 재외공관이 폐쇄됐고 우리 공관도 1999년 4월 분관으로 개편됐다. 한인사회 규모는 대폭 줄었지만, 분관과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진 듯하다. 오 분관장은 “1979년부터 자선행사를 진행해 온 어머니회, 올해 9월1일부로 40주년을 맞는 한국학교, 스페인지역 대학기관으로는 최초로 라스팔마스대학에 개설된 세종학당 등은 라스팔마스 한인사회의 자랑거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어머니회 주관으로 불우이웃돕기 한국음식바자회를 1979년부터 격년제로 열고 있는데, 수익금은 현지 불우이웃 돕기 등에 활용되고 있다.

▲ 지난해 12월28일, 라스팔마스 데 그란 카나리아(Las Palmas de Gran Canaria) 시청에서 이필해 라스팔마스 어머니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최혜숙 부회장, 오동일 분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아우구스토 이달고(Augusto Hidalgo) 시장에게 성금 2,000유로를 전달했다.[사진제공=주라스팔마스분관]

이외에도 △마스단사(Masdanza) 국제현대무용대회(1996~) △카나리아 국제 음악제(2005~2014, 테네리페) △한-서 씨름 국제교류대회(1990~격년제 상호방문) △태권도·합기도자선시범대회(1982~매년12월) 등을 통해 양국간 교류·화합을 도모하고 있다. 현지에는 우리 씨름과 유사한 민속경기 ‘루차 카나리아(Lucha Canaria)’가 있는데, 올해 한국 씨름선수들과 루차 카나리아 선수들이 현지에서 친선경기를 진행할 예정이다.

라스팔마스분관은 ‘한-스페인 해양수산협력연구센터’를 설립(2013.9)한 이래 원양어업 위주로 발달된 대서양 해양수산업을 수산양식, 해운, 항만, 해양플랜트 서비스(수리·인력공급) 분야로 다각화했고, 라스팔마스대학교 등과 산학협력 시스템을 구축해 수산양식, 합작어업, 해운항만 분야 등에서 R&D를 통한 산업화 연결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 지난 2월23일 오 분관장은 카나리아기술연구공사(ITC) 포소이스키에르도(Pozo Izquierdo) 연구소를 방문해 재생에너지, 수소에너지, 생명공학신기술, 아프리카 담수화 협력프로젝트 등 분야의 기술연구, 혁신, 개발사업에 관한 시설을 둘러보고 양국 협력방안과 운영계획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사진제공=주라스팔마스분관]

오 분관장은 “카나리아 군도는 무역, 금융, 기술이전, 남북간 서비스 교환의 최적지로, 2억5,000만명의 서아프리카 시장에 접근하려는 각국 기업들의 이상적인 기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올해 한인진출 50주년을 맞이해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해 현지사회와 조화를 이뤄 성장해온 자랑스런 역사를 기억하고 재조명하는 한편, 향후 교민사회 발전을 위한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5월 열린 제6차 라스팔마스 국제해양박람회에 부산지역의 공공기관, 대학 및 업체에서 30여명의 대표단이 참가해 현지 언론의 큰 관심을 끌었는데, 분관은 카나리아로 우리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며, “카나리아가 연중 온난한 기후에 관광, 의료, 금융, 물류유통 등의 인프라가 잘 구비돼 있는 장점이 있어 스페인 본토는 물론 유럽 각국에 거주하고 계시는 교민들의 은퇴 생활지로서 최적이라는 점을 소개하는 활동도 전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지난해 산타카탈리나(Santa Catalina) 호텔에서 열린 국경일(개천절) 행사에서 오동일 분관장이 현지 주요 인사들을 맞이하고 있다.[사진제공=주라스팔마스분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