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7년 설립돼 꾸준히 활동해 왔던 ‘캐나다한인교향악단’이 지난 2월27일 제51회 공연을 마지막으로 긴 역사를 접고, ‘캐나다한인음악협회(Korean Canadian Chamber Concerts, KCCC)’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김승순 선생의 주도로 재능 있는 청년 음악도들의 모임으로 창단했던 한인교향악단은 창단 멤버였던 지휘자 리차드리(Richard Lee)의 지도 아래 다른 커뮤니티 음악인들도 부러워할 만큼 활발한 교육과 연주활동을 펼쳐왔다. 비영리 연주단체로서 토론토를 중심으로 유명 한인 음악인 및 국악연주가들과 함께 다양한 공연을 선보였고, 젊은 음악가들이 글로벌 무대에 진출할 수 있는 성장의 발판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 박숙영(Sylvia Kim) KCCC 공동 음악감독.

현재 KCCC의 공동 음악감독을 맡고 있으며 지난 24년간 캐나다한인교향악단 플루트 연주자로 활동했던 박숙영(Sylvia Kim) 감독은 서면 인터뷰에서 “교향악단 규모의 공연단체는 국가·시 단위 기관 내지는 (대)학교 소속이 아니면 갈수록 운영이 어려워지고 있다. 지속되는 재정난과 클래식 음악공연에 대한 관심 저하로 어려운 결정을 하게 됐다”며 그간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박 감독에 따르면, 비록 교향악단의 수준은 아니지만 이민 후 음악활동을 못하는 숨은 음악전공자들과 한인사회 소속은 아니지만 음악적 열정이 넘치는 전문 음악인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실내악 위주로 새로 재구성함으로써 캐나다한인음악협회가 출범하게 됐다. 창단 공동 음악감독은 박숙영 감독을 비롯해 이민 1.5세인 바이올리니스트 샤론리(Sharon Lee), 올 초에 이민 온 전 부천시향 타악수석 주자 김광원씨가 맡고 있다.

KCCC의 역사적인 첫 공연은 ‘One Month Festival’의 일환으로 7월16일 오후 7시30분 토론토 노스욕(North York)에 있는 세인트 조지 성공회 교회(St. George Anglican Church, 5350 Yonge St. Toronto Ontario M2N 5R5)에서 진행되는데, 뉴 코리아타운인 이 지역 교회의 초대로 실내악단 형태로 연주할 예정이다. 또, KCCC는 올 가을 제2회 공연을 10월6일 캐나다한인미술가협회 창단 25주년 기념 전시회가 개최되는 Columbus Centre에서 열 계획이다. 이외에도 7월28일 토론토 시청에서 진행될 한국전참전용사 사진전 축하 연주, 토론토총영사관 주최 개천절 행사 공연 등도 예약돼 있다.

박숙영 감독은 “실내악의 다양성을 살리기 위해 현악, 타악, 관악기 연주자로 구성해 시작하게 됐다”며, “이 악기들을 중심으로 앞으로 더욱 다양한 편성을 통해 새로운 음악과 새로운 동료들을 모으고자 한다”고 밝혔다.

▲ (왼쪽부터) 샤론리, 김광원 공동 음악감독, 김영혜, David Gustilov 단원.

앞서 얘기했듯 KCCC는 세계 26개국 130개 도시에서 7월 한 달간 323개의 공연이 이어지는 프로젝트 ‘One Month Festival’에 캐나다 단체로 참가한다. 더구나 토론토 지역의 첫 참가 단체이자 캐나다 전국의 유일한 한인 음악단체로 참여한다. 앞으로 KCCC는 온타리오주 지역 내 한인사회가 있는 중소도시들을 포함해 장기적으로는 북미 지역에서의 순회공연도 꿈꾸고 있다.

박숙영 감독은 “캐나다한인교향악단이 실내악단으로 변신해 다시 무대에 서게 된 것은 예술의 필요성이 우리 삶 안에, 특히 우리 한인들에게 있기 때문”이라며, “한인들의 음악과 예술에 대한 열정은 매주 한인사회 게시판을 빼곡하게 메우는 아마추어 공연일정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정작 전문 음악인들이 기량을 늘리고 더 높은 예술을 추구할 수 있는 무대가 없는 실정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캐나다한인음악협회(KCCC) 4중주 단원들.

요컨대, 수준 높고 가치 있는 음악회를 지역사회에 선보이고 싶다는 게 캐나다한인음악협회의 활동 취지다. 박 감독은 “18세기 실내악처럼 작은 편성으로 관객들에게 정통 예술의 깊은 맛을 제공하는 연주회를 연 4회 정도는 마련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지역한인들의 많은 성원과 격려,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음악은 함께 함으로써 더욱 의미가 있다. 우리의 연주활동에 함께 하고자 하는 한인 음악인의 연락을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