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경호 국사관대 교수

한국 최초의 미국 유학생은 ‘서유견문’을 쓴 개화파 선각자 유길준이다. 또 한국 최초의 프랑스 유학생은 김옥균을 암살한 ‘자객’ 홍종우다. 최초의 프랑스 유학생이라면, ‘개화’에 대해서도 알만했을 텐데, 홍종우는 어떤 심경으로 김옥균을 암살했을까?

지난 3월23일 동경 가구라자카의 한 음식점에서 신경호 일본 국사관대 교수와 나눈 대화가 김옥균과 홍종우한테로 이어졌다. 이날 일본에서의 헤이트스피치 시위에 반대해 한국 유학생들이 나설 수도 있지 않느냐는 얘기가 오가던 중 화제가 유길준과 김옥균, 홍종우 등으로 비화했던 것이다.

신 교수는 “동경 아오야마 외국인 묘지에 김옥균의 무덤이 있다”면서, 김옥균의 동경 생활에 대해 깊이 있는 소개를 했다. 신 교수는 박사 학위 논문이 후쿠자와 유기치(福澤諭吉) 같은 일본 개화파 인사들이 김옥균 등 당시 조선 청년 지식인들에게 준 영향을 연구한 것이라면서, 당시 조선 지식인들의 국제인식에서 한계가 무엇인가를 살펴보려 했다고 덧붙였다.

김옥균(1851-1894)은 ‘대한제국의 풍운아’라는 평가를 받는 조선 말기 정치가이자 개화운동가로, 갑신정변을 주도한 인물이다. 갑신정변은 1884년 김옥균을 비롯한 급진개화파가 조선의 개혁과 근대화를 목표로 일본의 도움을 받아 일으킨 정변이다. 윤태준, 조영하, 민태호, 이조연 등 수구파들을 살해하면서 막을 올린 이 정변은 하지만 청나라의 간섭으로 인해 3일 만에 막을 내리고 만다. 김옥균, 박영효, 서재필 등은 일본으로 망명하는 데 성공했으나, 정변에 가담했던 김봉균, 이희정, 신중모, 이창규 등 많은 사람들은 모반죄 등으로 처형당했다.

갑신정변을 주도한 김옥균은 시와 글, 그림, 언변에 능한 수재였다. 21살 때인 1872년 알성문과에 장원급제한 그는 23살 때 홍문관 교리가 되고, 1881년과 1882년 일본 근대화 실정을 시찰하는 시찰단으로 일본을 다녀왔다. 이 과정에서 그는 일본을 모델로 한 급진적인 개화를 꿈꾸게 되고, 이는 갑신정변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당시 조선은 개국을 하되, 일본을 모델로 할 것인가, 청국을 모델로 할 것인가를 두고 망설였습니다. 일본은 미국 페리 제독이 흑선(黑船)을 끌고 왔을 때 문을 열었지만, 조선은 제너럴 셔먼호가 왔을 때 이를 불태워 침몰시키면서 일본과 같은 개국의 기회를 잃어버리고 말지요.”

이렇게 소개하는 신 교수는 “나라의 문을 열자고한 개화파 김옥균이 프랑스 유학으로 세계 흐름을 알고 있었을 홍종우에 의해 암살당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덧붙였다. 

전남 고흥 출신인 신경호 교수는 1983년 일본에 유학, 정치학을 공부했다. 1984년 한국유학생회 사무국장을 맡았던 그는 외국인 지문날인 반대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그는 일본 국사관대 정교수로 근무하면서 한국어와 중국어 등을 가르치는 동경수림외국어대학 총장도 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