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얼마전 북경에 갔다가 세계한인회장대회 개최시기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가졌다. 재중국한국인회(회장 황찬식)의 자문위원회의가 계기가 됐다.

재중국한국인회(이하 재중한인회)는 3월13일 북경에서 자문위원 간담회를 열었다. 구천서 자문위원장이 주재한 이 행사에서 황찬식 회장이 차기 회장 선거를 조기에 치를 것을 제안했던 것이다.

제안 배경이 된 것은 세계한인회장대회였다. 세계한인회장대회는 재외동포재단이 주관하는 연례행사로, 세계 각국 한인사회를 이끄는 400명 가량의 한인회장들이 해마다 참여해 왔다.

그간 6월에 열려왔으나 올해는 10월초에 개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고, 아프리카 가나에서 3월18일까지 열리는 세계한인회장대회 운영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했다 . 재외동포재단은 주로 6월에 개최해 오던 이 행사를 10월 개최로 변경하기 위해 지난해말 각지 한인회장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재외동포재단이 세계한인회장대회를 10월에 개최하기로 한 것은 10월5일로 정해진 세계한인의 날 행사 때문이다. 세계한인의 날은 그야말로 전 세계 퍼져 있는 동포들을 생각하고 기념하는 날이다. 750만 해외동포와 우리 국민이 하나된 마음으로 서로 교류하고 격려하는 축제의 날이다.

이 행사는 지난해로 7회째를 넘겼으며, 올해 제8회째를 맞는다. 외교부 주최로 서울 코엑스에스 열려온 이 날의 메인행사는 하지만 그간 늘 썰렁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왜냐하면 해외 한인사회 리더들 없이 국내 거주인사들을 중심으로 진행된 때문이었다.

외교부와 동포재단은 이를 명실상부한 세계한인들의 축제의 날로 바꾸기 위해 세계한인회장대회 개최일정을 10월로 바꾸자고 했던 것이다. 세계한인의 날 행사에 맞춰 세계한인회장대회를 개최하자는 논리였다.

세계한인회장대회는 세계 각지의 한인사회가 우리 정부의 동포정책이나 주요 정책에 대해 설명을 듣고 이해를 높이는 마당인 한편, 각국 한인회장들이 서로 얼굴을 익히고 교류를 시도하는 세계한인사회의 네트워크의 장이다.

하지만 일정을 바꾸다 보니 예상치 않은 여파도 생겨났다. 10월이면 세계한인사회에 다양한 행사들이 열린다. 축제를 개최하는 곳도 있고,  체육대회를 열거나 야유회를 가기도 한다. 10월은 세계 각지의 한인사회에서 가장 행사가 풍성한 달이다. 시애틀의 워싱턴한인회처럼 10월5일 세계한인의 날 기념식을 현지에서 크게 개최하는 한인회도 더러 있다.

따라서 세계한인회장대회가 10월로 바뀌면 상당수의 한인사회가 불가피하게 기존의 행사 일정을 일부 조정해야 할수밖에 없다. 나아가 재중국한국인회처럼 선거 일정을 조정하자고 하는 한인회도 적지 않을 듯하다. 해외 한인사회는 연말에 회장선거를 하는 곳이 많다. 이런 데일수록 선거를 앞당겨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다.

세계한인의 날 행사를 세계한인지도자를 한국에 불러놓고 보란 듯이 하는 것도 나무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동전에 양면이 있듯 불편도 있다. 동포재단이 세계한인회장대회 일자 변경을 검토할 때 각국 한인사회의 형편을 과연 제대로 고려했을까 하는 점에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 해외 동포사회의 실정을 염두에 두기보다는 국내 행사를 더 생각했다는 비난도 나올 수 있다. 곰곰히 생각해볼 일이다.